초록 오이를 소금물에
푹 담근 다음
돌멩이 같이 무거운 걸로
며칠 꼭 눌러 놓으면
노르스름한 빛깔의
맛있는 오이지가 완성된다
엊 그저께 아내가 만든
오이 장아찌를 먹는 나는
내 입맛이 무엇이라
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으나
먹는 순간
내 혀가 그 맛을 발견했네
하나님의 은혜도
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
내 가슴이
내 영혼이
그 맛을 알 수 있듯이
먹어보면 아 이 맛이구나 한다
하루 하루 살아가는 게
퍽 힘들게 느껴지고
가슴이 뭔가에 짓눌린 듯
답답하고 아플 때에도
너무 상심하지 말고
묵묵히 기도하세
돌멩이에 눌려 오히려
노릇노릇 익는 오이같이
고통의 시간을 통과하면서
삶의 깊이와
맛이 더해지는
주의 자녀가 되리 .
그 때가 되면 오이지 같은
맛깔스러운 그 맛을
얻게 되리
깔끔하고 단백하며
쫄깃쫄깃 탄력 있는
주의 은혜 얻게 되리